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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락밴드가 알려준 교훈을 30년 가까이 지나서 알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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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윌리어네어 입니다.

오늘은 비판적인 성향이 가득했던 락밴드 RATM 그리고 소신공양으로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르고 세상을 떠난 틱광득과 시대정신의 순서로 말씀드려보려고 해요.

우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락밴드가 바로 Rage Againt the Machine 이라는 밴드입니다.
90년대 초반에 등장한 밴드로 랩과 메탈이 섞인 당시에는 아주 독특했던 장르의 밴드인데요.
제는 이 밴드를 처음 접한게 중학교 때 입니다. 앨범 수록곡 모두 명곡이지만, Killing in the name 이라는 노래가 대표곡이었어요. 이 Killing in the name 이라는 노래는 98년도 H.O.T 앨범에 '열맞춰'라는 곡과 표절시비가 있기도 했었죠. 락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당시에 표절시비 원곡으로 잠깐 당시 젊은층에 유명해지기도 했었더랍니다.

아무튼, 제가 어릴 때 샀던 RATM 앨범 1집을 처음 사고, 앨범 자켓을 보면서 한 동안 벙쪄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이 사진이 뭔가 싶다가, 자세히 보니 한 승려가 가부좌를 틀고, 온몸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었어요.
합성사진인가 싶었는데, 당시에 친구들이 알려주길 진짜 분신 사진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굉장히 끔찍하죠?

RATM은 독특한 음악성으로 유명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똘기가득한 직설적인 가사와 사회 비판적인 성향으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았었어요.

본격적으로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가 바로 이 앨범 자켓에 실제 주인공 '틱광득' 입니다.

왜 RATM은 이 틱광득의 사진을 자신들의 첫 앨범 표지로 넣었는지.. 틱광득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니 자연스럽게 이해되더라고요.

우선, 틱광득이란 사람에 대해 말씀드려볼께요.

틱광득은 베트남의 고승인데요.

1897년에 태어나 7살에 출가했고 이후로 1932년 까지 수행을 거듭하다가,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 지배 체제에서 벗어난 후로는 남베트남에 머무르면서 사찰 재건 및 포교, 신도 교화에 힘을 쓰면서 남베트남 불교계의 거목이 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남베트남의 대통령이 된 응오딘지엠(Ngô Ðình Diệm)이 불교 탄압 정책과 독재 정치를 펴기 시작했고, 친인척들이 대규모로 비리를 저지르면서 남베트남이 막장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불교 탄압 정책에 맞서서 저항하던 승려들을 무차별 진압하고, 불교 신자들을 강제로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는 일까지 벌였다고 하네요.

1963년 5월 8일은 부처님오신날 축하행사가 열렸는데, 가톨릭 신자였던 응오딘지엠은 불교 행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종교적인 상징을 내세우고 거리 행진하는 것이 법에 저촉된다며 행사를 진압할 것을 경찰에 명령했습니다.
당연히 진압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람도 발생했어요.

틱꽝득은 이에 맞서 1963년 6월 11일 불교 승려들의 침묵 가두시위가 있었던 사이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계획대로 주변 승려들이 휘발유를 틱광득의 몸에 붓고는 소신공양을 감행했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분신이죠. 당시 그의 나이 67세였습니다.
이 사건은 속보를 타고 전 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로 일파만파 전파되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그가 유연으로 남긴 편지를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참고로, 전 종교가 없습니다)

내가 눈을 감아 부처님의 곁으로 가기 전에, 국민들을 받들고 조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종교적 평등을 실행하기를 응오딘지엠 대통령께 정중히 간청드립니다. 경애하는 신도들이여 부처님이여, 그대들이 결속하여 불교를 지키기를 바라며 이 몸을 바칩니다. 나무아미타불.

사실 틱광득의 분신은 정권에 저항한 시위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종교적인 열망과 독재 정권의 패악에서 고통받는 민중을 구원하고자 하는 진심이 기반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통증 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불에 타는 작열통이라고 합니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태연하게 견디는 모습에서 평범한 인간을 초월한 인내력으로 틱광득은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해져오는 당시 상황을 좀 더 얘기해보자면,
틱광득이 소신공양을 감행하기 전에 제자들에게 "앞으로 넘어지면 흉한 것이니 해외로 피신해야 하며 뒤로 쓰러지면 투쟁이 승리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고, 진짜로 뒤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낳은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죠.

우리 신체는 반사작용을 통해 고통이 있는 부위를 중심으로 움츠러들게끔 설계되어 있다고 해요. 근육들이 타들어갈 때 수축작용으로 자연스레 안으로 오그라든다고 합니다. 표현조차 하기 힘든 고통을 인내하며 초월적인 의지로 몸을 펴고 열반하는 광경을 본 당시 그 자리에 경찰들 마저도 절을 올리거나 받들어 총 자세로 예를 갗추었고, 주위의 승려들은 틱꽝득에게 일제히 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결국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1963년 11월 베트남 공화국 육군의 쿠테타가 일어나고, 응오딘지엠 정권은 무너집니다.

하지만, 종교탄압에 맞선 이런 저항운동이 한국처럼 민주화가 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귀결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남베트남이 멸망하고 북베트남이 들어선 도화선이 되었기에 평가절하되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자, 틱광득에 대한 얘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자극적일 수 있는 분신사건에 호기심이 더 가십니까? 아니면 탄압과 부패, 억압에 직면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모습에 경외감이 드십니까?

사실 틱광득 뿐만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저항과 탄압에 맞서 목숨바친 일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불과 몇 십년 전에 노동탄압에 맞서 노동법 개정을 요구했던 전태일 열사도 그러한 인물일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이런 사건들의 자극적인 내용이 인간 본성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기성세대가 된 사람들은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알거나 다시 떠올려 본다면,
그럼 나는 어떻게 이 사회에 보답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그들이 유산으로 남긴 그러한 시대정신을 밑거름으로,
또 다른 지금의 시대정신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말이 거창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행동만 하면 됩니다. 실제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은 크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개인이고, 그 개인의 올바른 시대정신이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면,
그 시스템은 큰 힘을 가지고 옳은 방향으로 작동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문제의식과 비판적인사고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행동은 생각에서 나옵니다. 그런 생각은 개개인의 가치관에서 나오겠죠. 이 가치관은 한 인간이 올바르다고 믿고 있는 관념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올바르다는 관념의 정의는 누가 알려주나요?
그것은 바로 집단지성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에서,
옳고 그름의 보편타당한 가치관으로, 우리 몸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시대정신이 모든 사람에게 까지 무르익지 않아도, 누군가의 선구자적인 발자취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더 나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주었습니다만,

현재의 대한민국만 놓고 본다면, 더 이상 그러한 선구자적인 누군가의 희생은 강요될 수도, 강요할 수도 없고, 희생이 필요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개개인의 시대정신이 중요합니다.
그 시대의 정신상태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의식상태가 제대로 된다면, 시스템은 틱광득 같은 trigger가 필요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동타임에 시스템을 올바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가져다준 물질 가치에 기반한 틀안에 속박되어 계신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보신적 있나요?

결국, 소수 자본가들이 세팅한 유물론적 시대정신 속에 속박된, 우리 자신의 모습을 가끔 뒤돌아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과연 나는 제대로 된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
더 나은 다음 세대를 위해, 올바른 시대정신을 형성하기 위함은 지금의 기성세대가 사회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에 RATM을 동경했던 한 40대 남자가 그들의 앨범 자켓 속 분신하는 승려를 바라보며 요새 떠올리는 생각.
바로 시대정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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