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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한국인이 고쳐야 할 것 (2) - 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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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한국인이 고쳐야 할 것 시리즈 첫번째 식습관에 대한 글을 쓰고, 오랜만에 2탄 글을 쓴다.

한국인이 잘못되었다는 전제로 시리즈 글을 쓰는게 아니라, 이런점만 좀 개선되면 더 좋겠다는 취지로 글을 쓰는 점임을 밝혀둔다. 그 누구보다 나는 한국이 좋고, 한국인이 자랑스럽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서, 오늘의 주제는 서열이다.

평소 내가 늘 강조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란 범주에서 우선 생각해보자. 약육강식의 생존경쟁 속에 어떤 한 집단 안의 세력 다툼을 매듭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서열은 효율적인 평화유지 시스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가 누가 힘이센가 매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번 서열을 정리해놓고 나면 일시적이지만 한동안 평화가 잘 유지되는 것도 동물의 세계에서는 아주 그럴싸하다.

인간세계에서도 과연 서열문화는 꼭 필요한 것인가?
사실 그렇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서열이 없게되면 무질서함이 뒤따른다.
꼭 동물이라는 의미의 힘의 서열을 떠나 인간이 창조해 놓은 다양한 가치의 모든 분야에서 서열은 존재해야함이 맞다.


아니, 한국인이 고쳐야할 것이라는 주제로 서열을 꼽아 놓고서는 서열이 존재해야 한다고 실컷 떠들고 있으니 의아해할 수 있겠다.

본격적으로, 서열이라는 의미를 따져보고 한국인의 삶 속에 서열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사전적의미로 서열이라는 것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순서대로 늘어섬' 이다.

여기서 중요한 첫번째 포인트가 '일정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과연 서열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마 쉽게 드는 생각이 나이일 것이고, 조직에서 지위도 서열의 개념으로 쉽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광범위하게 본인의 학벌과 거주지, 경제력 등으로 서열을 나누고 나의 포지션을 가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이 위에 말한 서열의 기준  이외의 것으로는 서열의 가치를 별로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들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 모든 분야에서 서열은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의 다양성과 깊이에 대해 인정해야한다.

이런 다양한
서열 속에서는 위에 말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국한짓는 서열의 기준 같은 것들은 절대 끼어들면 안된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서열끼리 우열을 따져서도 안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요즘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테니스에서 서열이라함은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실력이겠다. 실력이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 나보다 서열에 앞서 있는 사람에 대한 시간과 노력을 존중해야한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갖추어야한다.


만약 누군가가 테니스 실력은 떨어지는데, 테니스 이외의 다른 서열을 근거삼아 테니스에서 서열이 앞선 사람에게 쓸데없이 투정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의 심리는 무엇인가?

그 사람에겐 실력보다 기존의 본인이 우위에 있는 가치를 대입해서 어느 상황에서도 본인이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여기서도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데.
결국 본질로서 내가 이길수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이내 다른 서열을 끄집여들여서 본질의 서열을 왜곡시키려하는 행동을 함으로서 본인의 논리를 정당화시킨다.

운동을 비유했지만 사실 모든 상황이 똑같다.

나이차가 나는 사람들이 싸우다가 나이든 사람이 만약 할말이 없거나 머쓱할 때 흔히 하는말..

"어린놈의 새끼가 버릇없구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제발 더 이상 나이는 그만 우려먹자.


꼭 나이를 떠나서라도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체면이라는 속성 때문에 나타나는 폐단은 무엇인가 배우는 과정에서 쉽게 드러난다.

직설적인 충고나 직언에 대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욕같은 비속어나 인격모독 같은 언행만 없다면 배우는 사람은 배움에 있어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기꺼이 수용해야한다.

여기서 한국인의 종특이 또 생긴다.
"아. 틀린말 아닌데 은근 기분나쁘네. 저 새끼 나이가 어떻게 되지? 직급도 나보다 낮은데.. 싸가지 없는 놈이네!"

아무 상관없는 기타 서열을 연관지어 쓰잘때기 없는 자존심과 결부시키지는 말자. 진짜 멋없다.

배움에 있어서슨 서열은 그 본질의 서열만 중요하지 기타의 서열은 의식적으로 넣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본질에 가까워지고 상대방에 대한 실력에 따른 서열의 존중심 또한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


나보다 잘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에겐 스승이고 선배이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내 위치에서 내게 맞는 행동과 마음가짐으로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그 상황에서 나에게 알맞은 서열에서의 행동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왜 배우고 있는데 나이를 따지고, 직급을 따지고, 출신성분을 따지냐 이말이다.

아무튼 우리가 이런면을 버릴수 있고, 본인 주위의 사람들이 나보다 잘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적어도 나는 그 사람 앞에서 특정분야의 서열은 밀리지만 아주 좋은 스승님을 항상 곁에 두고 사는 인생이 된다.
그러면, 나 자신은 계속 다양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얼마나 나에게 이로운 삶인가!


사전적 의미에서 서열의 두번째 중요한 포인트는
'순서대로 늘어섬'이다.

우리는 서열을 수직관계로 많이 생각하고 산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유교문화에서는 나이든 사람이 권력자 행세를 했었다. 그런 문화가 직장으로 오면서 직급이 나이와 같은 개념으로 자리했다.
그리고, 실제로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나이도 많은 확률이 높으므로, 그 힘은 배가 된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 앞에서는 서열에 완전히 수직적으로 밀리는 느낌을 받게끔 사회적 교육과 세뇌를 받아온 것이 사실 아닌가?


슬슬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데.. 적어도 한국의 유교문화와 콜라보 된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은 삶에 대한 지혜와 지식을 많이 가질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인은 항상 서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나이는 더 이상 누군가의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툭터놓고 얘기해보자. 나이만 많이 쳐먹고 병신같은 인간들 많이 보지 않았나?


어려도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는다면 인생에서 나는 그 사람보다 서열에서 밀리는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었지만 지혜도 없고 배울점이 없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보다 서열에서 앞설수도 있다.

지금 이 말이 이상한가? 버릇없이 느껴지는가?
그렇게 느껴진다면, 아직도 당신은 한국인이 버려야할 서열에 대한 고정관념안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어쨌든, 서열이라 함은 수평적으로 순서를 세워놓은 것이지 수직적으로 강압적으로 짓누르는 관계가 아니다.
내가 한국인이지만 스스로 고쳐서 행동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내 주위 사람 모두 친구라는 생각이다. 그래야 서로를 평등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서양문화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영화 속 장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수평적 관계에서 호칭이 아주 큰 걸림돌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위와 아래가 아닌데, 형과 동생을 나누고 나이로 대접을 강요한다. 참 웃기는 얘기다. 경험은 경험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와 경험을 비례해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언어적 표현으로 존대와 존칭을 사용한다. 여기는 한국이니 당연히 그래야한다.
하지만,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는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 나에게 윗사람 대접을 해달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한 나의 삶의 방식이다. 오히려, 반말로 친근하게 나에게 짓꿎게 농담을 던지는 동생들이 더 스스럼 없어서 좋다.

여기서 나의 서열을 따지기 앞서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는 친구라는 마음이다.

나에겐 특정한 가치와 주제에서만 서열을 논할 수 있으며, 그것은 수직적인 아닌 정도의 차이로서의 서열의 의미만 가지고 있다.

그 외의 상황에서는 그냥 모든 주위사람들이 친구이다. 물론, 내가 격식을 차리고 예의를 갖추면 상대방은 모를 수 있다.
미안하지만 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는 그 상대와 친구라는 동등한 인간대인간의 자격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서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면,
말 그대로 일정한 기준대로 순서대로 늘어뜨려 놓은 것에 한 부분에 우리가 속해 있는 것 뿐이다.
그 순서는 높고 낮음도 아니고 좋고 나쁨도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분야에 서열은 존재한다. 우리는 그 사이에 나의 위치를 확인하고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그리고, 내가 어떤 서열에 대해 가치를 둔다면 나보다 앞서 존재하는 사람에게 존중심 어린 마음을 갖도록 하자. 이런 마음이 배우는 자세로 이어질 때 결국 나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스스로 성장하게 된다.

한국의 과거 농경문화와 유교문화 속에 나이에 따른 공경이라는 기본적인 나이의 서열 구조라는 것이 이제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설자리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격식과 예의가 필요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형식을 갖추되,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관점에서 친구같은 관계로 발전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 사이에 특정 분야에서 서열이 생긴다면 충분히 나이와 무관하게 존중해주자.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참다운 서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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