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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난 왜 이렇게 재능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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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비만에 가까울 정도로 뚱뚱했던 사람이었다. 좀 뛰기라도 잘 뛰어야 애들이랑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었을텐데 무거운 몸을 끌고 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운동은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삶이다. 

 

굳이, 어릴 때 운동했던 것을 꼽아본다면 농구와 야구였는데, 농구는 90년대 초중반 전국에 농구붐이 일어났을 때의 잠깐의 유행을 따랐던 것이고, 야구는 프로야구 시즌에 동네에서 친구와 캐치볼 정도를 해본게 전부였다.

 

운동에 흠뻑빠졌던 시간은 나의 성장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딱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스무살이 넘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운동이란 것을 제대로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집안에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야구글러브와 낡은 알루미늄 배트 정도는 소장용 같은 개념으로 가지고 있었다.

일년에 한두번 캐치볼하고 배팅장에서 휘두르는 정도?

 

적어도, 야구에서 만큼은 아주 약한 운동이라는 끈을 스스로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와서 나의 운동인생(?)이 뜻하지 않게 시작된다. 

 

워낙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터라, 우리팀에 있던 축구동호회도 가입안했었다.

사회생활 잘하려면 실력을 떠나서 이런 모임에 들어야한다는 선배들의 충고도 있었지만, 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설령 내게 불이익이 있더라도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오래살고 볼일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가 우리팀의 야구단을 창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입사 이후 우연하게 굴러다니는 글러브를 보고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캐치볼을 꾸준히 했었는데, 하면 할수록 공을 던지는 것 만큼은 왠만한 사람들보다 타고난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운동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니. 나의 삶의 과정속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논리였다. 

항상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는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한테 아무런 노력도 없이 되는게 있다고?

 

웃기게도 내가 재능이 있음을 알고나서, 노력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오고 야구에서만큼은 나는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노력을 해서 재능을 얻는 순서 보다는, 재능이 있어서 노력을 하는 순서가 훨씬 재미있고 결과물이 좋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이 됐건 뭐가 됐건 우리의 재능을 우리가 모르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사람들은 자기의 재능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까?

해보지 않아서이다.

 

그럼 우리는 재능을 찾기위해 뭐든 다 해봐야하나? 그렇지 않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시공간 속에서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고, 도전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주어진 공간 속에서 그것이 조금이라도 재미있겠다라고 느끼는 요소가 단 한개라도 머리 속에서 스쳐간다면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무조건 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금방 실증이 난다면 안해도 좋다.

 

적어도, 이런 삶의 패턴이 켜켜이 쌓인다면 한 사람에게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집중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찾아온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재능을 발견했을 때, 흔히 하는 착각은 자만이다. 

아무리 유능한 선수라도 재능으로만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너무 뻔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본인에게 일어난다면 인간은 쉽게 자아도취에 빠지며 교만과 자만으로 쉽게 한계에 봉착한다. 

 

이윽고, 노력이란 요소가 갑자기 등장하며 재능으로만 넘을 수 없는 벽의 끝에서 더 지속할지 말지에 대한 시험에 들게한다. 

 

노력은 필수불가결한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요소이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음과양, 물과불, 남자와여자 처럼 조화도 필요하지만, 늘 상충하는 개념이기에 밸런스를 맞추기에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둘 중에 하나가 없으면 공존은 불가능하며 결국 결실의 꽃을 피울 수 없다. 

 

결론적으로, 재능이 있음을 발견할 때 그것이 나의 삶에서 즐거움과 행복의 요소라면 노력이라는 거름을 통해 꽃을 피우는 과정까지 꼭 이끌어보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게 있다. 

 

노력을 해서 없는 재능을 계발하려 하지 말길 바란다. 재능을 찾아서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쉽다.

(물론, 재능을 찾기 위한 시도를 노력이라고 칭한다면 그것은 없는 재능을 위한 노력이라고 분류하지 않겠다.)

 

재능을 찾기 위해서는,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시도해보았으면 한다. 

 

금방 실증내고 끝내버려도 좋다. 맛만이라도 보자.

마트에 왜 시식코너가 있겠는가! 한입 맛이라도 느껴봐야 살지 말지 결정하기 수월한 것 처럼 말이다. 

 

죽기 전까지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찾는 과정이야말로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하루도 모든 오감을 열어두고, 나의 정신과 육체의 재능이 뛰어놀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나 숨겨진 재능이 있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랬던 것 처럼.

 

Eudaimonia (Flourishing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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