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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산문 그리고 멋지게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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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배우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쓴 산문집을 잠자기용으로 오디오북으로 틀어놓고 별 생각없이 듣던 중, 나도 모르게 '와! 이거 잼있네' 하고 잠자야할 시간에 한두시간 더 집중해서 들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342857 

 

쓸 만한 인간

『쓸 만한 인간』 개정증보판 출간! 배우 박정민의 『쓸 만한 인간』이 3년여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영화 [파수꾼]의 홍보용 블로그에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하면서 ‘글 좀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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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책소개로 이어지는데.. 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 

좀 감정이 메마르다 싶을 때, 읽어보면 잔잔한 재미와 여운을 준다. 추천하고 싶다. 

이 배우의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삶의 과정과 그의 생각이 얼마나 유쾌하고 유별나고 진지했는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괜찮은 사람같다. 

 

암튼, 우연히 알게된 산문집을 통해, 나도 가끔은 나의 산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산문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는 넘어가는게 좋겠다. 

별거 없다. 우리가 흔히 끄적거리는 모든 글들이 산문이다. 

 

이제 오늘 하고 싶은 얘기를 이런 산문이라는 거창해보이지만 별거 없는 방식으로 적어본다. 

 

우선, 내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안하는 이유를 잠깐 얘기해볼까 싶다.

(그 전에 싸이월드부터 얘기해야 하는 건가?)

 

나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사진을 올리고 글을 끄적거리고 현실세계에 알던 사람들 또는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신경쓰고 관리하고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SNS의 흐름은 직관적인 사진위주로 자극적인 본인 삶 중에 가장 임팩트있는 것을 올리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슬슬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을 지속했지만, SNS는 앙꼬없는 찐빵같다는 느낌이 계속 나를 유쾌하지 않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퍼거슨 경의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세상 꼰대스러운 말이 바로 SNS를 끊은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에 대한 그를 향한 동경심이 SNS를 비공개 해버리고 끊게 해준 바탕이 된 건 아닌가 싶다. 내가 원래 누구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닌데, 존경할만한 사람의 말은 잘 듣는다. 내가 10년 동안 잘한 일 중에 하나임은 분명 틀림없다. 

 

하지만, 나만 무인도에 살 수는 없지 않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나 가끔은 들어가서 구경은한다. 예전만큼 집착하지 않으며, 잘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할 때만 활용하는 정도이다. 딱 이정도가 좋다. 

 

개인적으로는 인스타그램에 가장 부정적이다.

 

사진 기반의 인스타그램은 대게 누군가의 삶에 좋은 것을 담아 놓은 백화점 show window 같은 곳이다. 그것을 구성하는데에는 생각의 깊이, 철학적인 사고, 경제력 수준 등등 거의 모든 제약 조건이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아무개씨가 있다. 지금 그의 손에는 핸드폰 하나와 바지주머니에 단돈 몇 만원이 있다. 꿀꿀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인근 멋진 카페를 뚜벅뚜벅 찾아가 커피 한잔과 케익하나를 주문한다. 열심히 예쁜 사진찍기에 몰두한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꼼꼼하게 해쉬태그를 작성한다. 왠지모를 뿌듯함이 차오른다.

아무개씨는 오늘 멋진 일상을 세상에 자랑한다. 올라가는 하트 숫자와 댓글을 보면서 세상과 소통하며 지친일상에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고 언제그랬냐는 듯, 아무개씨는 다른 사람의 SNS를 보며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켠이 씁슬하다. 이렇게 무한반복.

 

극단적으로 썼다. 누군가는 SNS를 하면서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해 할 것이다.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자. 지금 대부분 SNS 산물은 눈과 귀가 즐거운 소비성이지, 가치저장성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가치가 있다. 그 가치의 근본에는 생각과 철학이 존재해야한다.

즉, 본인이 어떤 행위를 해야만 가치저장이 되는지를 늘 고민하고 추구해야한다.

 

여기에 다른 아무개씨가 있다. 똑같이, 인근 멋진 카페를 찾아가 커피 한잔과 케익 하나를 주문한다.

그도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다. 누군가 그를 언뜻 보기에는 그 역시 다른 사람처럼 맛있는 커피와 케익을 먹으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에 눈에는 많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가게를 들어설 때 입구부터 카페의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주인이 의도한 인테리어 컨셉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그리고, 주인이 얘기하는 우리 카페는 이런곳이야! 하는 주인만의 개성과 철학을 가늠해본다.

주문을 하면서 메뉴 구성과 가격대, 그리고 직원들의 복장, 능숙함, 태도 등으로 이 가게의 수준을 체크해본다.

자리에 앉아 소파와 테이블을 바라본다. 디자인과 소재에 대해 생각해보고, 맘에 들면 브랜드와 구입처도 검색해본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화분을 보며 어떤 식물인지 관심을 갖아보고, 커피와 케익이 담긴 그릇의 밑면을 보면서 어떤 회사의 그릇을 쓰는지 가격대와 디자인은 어떤지 살펴보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커피 한 모금을 음미하며 지나가는 직원에게 커피의 원산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이 커피의 산미와 바디감 정도는 머리 속에 담아두려 노력한다.

주위를 둘러본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그들의 연령대와 옷차림, 표정 등을 살피면서 사람 구경하는 시간도 잠깐 갖는다.

집에 돌아와 저녁이 되었다. 또 다른 아무개씨는 오늘 본인이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한다. 필요하다면 아까 찍어둔 사진을 활용한다.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구구절절 쓰기도 하고, 좋았던 것과 별로였던 것, 참고할 만한 것 등 갖가지 생각을 그 만의 방식으로 나열한다. 누군가 봐주면 좋은데, 안 봐줘도 딱히 상관없다. 보여주고 싶은게 아니라 간직하고 싶은 글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아무개씨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오감을 열어두고, 세상으로부터 오는 모든 감각을 뇌 속으로 전달시켜보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감각과 사고가 서로 융합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영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나도 모르게 안 보이는게 보이기 시작하고, 새로운 창의적인 사고를 끊임없이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뿐.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이렇게 멋지고 다채로운 생각이 떠날준비를 하고. 결국 내 머리속에서 떠난다. 몇 년이 지나면 그 기억은 희미하거나 전혀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한다면 형식이나 구성이나 길이에 제약받지 말고 글로 남겨야한다.

우리는 프로 소설가나 수필가가 아니다. 그래서, 잘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막 끄적이면 된다.

그것이 산문이다.

 

누군가와 생각이 달라도 좋고, 유별나고 괴팍한 생각이어도 좋다.

오감을 열어두고, 세상을 느끼고, 그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보자.

 

당신의 삶은 분명 멋지게 바뀔 것이다.

 

22년 4월 4일 아침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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