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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후라이드 치킨으로 배워보는 인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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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윌리어네어 입니다. 

 

오랜만에 윌리어네어 에피소드로 찾아왔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치킨은 후라이드' 입니다. 

우선, 양념치킨 드시는 분들께는 죄송한데요. 

치킨은 후라이드가 맞습니다. 

 

초장부터 뭔 개소리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오늘은 후라이드 치킨 같은 것들로 생각해보는 인생얘기 입니다. 

끝까지 재미있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이란 동물이 참 신기한게 먹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성향이 대충 파악 됩니다.

적어도 나이대는 쉽게 구분할 수 있죠. 

 

제 아이는 불닭볶음면에 환장합니다. 

우와~ 저는 한 두번 먹어보고 도저히 못먹겠더라고요. 

너무 매워서 본연의 맛이 어떤 맛인지도 모르겠고요. 

음식을 먹는 건지~ 벌칙을 받는 건지~

그저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나이가 들수록 라면도 진라면, 스낵면, 쇠고기면 같은

순한 라면을 좀 더 찾게 됩니다.

물론, 이 라면들이 좀 더 80~90년대에 라면맛에 근접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라면 얘기는 나중에 재미있게 해보도록 하고요. 

 

암튼, 저와 반대로 제 아이는 좀 더 맵거나 짠 자극적인 라면을 좋아하더라고요. 

어릴 때는 다들 그렇잖아요. 

저도 젊을 때는 자극적인 맛에 환장했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계속~ 오래~ 자주~ 먹는 것들은 

더더욱이 자극적인게 도저히 땡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치킨은 후라이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음식얘기 쫌 더 해보자면, 개인적으로 저는 닭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라이드 치킨만큼은 환장하거든요. 

그러니까 닭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후라이드 치킨 말고는 먹는 음식이 딱히 없어요. 

후라이드가 정말 절대적으로 최고의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질리지 않고 오래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것 같아서 제가 찾는 것입니다. 

양념/후라이드 동시에 눈앞에 있을 때 양념부터 먹으면

아마 대부분은 후라이드를 외면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양념치킨을 다 떨어지면,

남은 양념소스에 후라이드를 찍어 먹으면서 마무리 되는게 통상의 패턴아닙니까?

그래서라도 후라이드를 일단 기본에 깔아두고 충분히 즐긴 후에 

양념에 손을 마지막 별미 처럼 마무리 합니다.

그러니까, 후라이드가 좀 더 애정이 갈 수 밖에 없겠죠. 

치킨 계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양념이 자극적이니 맛은 확 땡기는데, 많이 계속은 먹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충분히 치킨을 즐기기에 자극적이지 않은 후라이드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10년전 쯤 독일에 출장갔었을 때 일입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현지인들이 많은 곳이었는데요.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신기한 광경이 펼쳐지더라고요. 

보통 호텔 조식을 먹으러 관광지에 가면

너나할 것 없이 관광객들이 화려한 음식에 정신을 못차리잖아요. 

이 음식 저 음식 다양하게 평소 먹지 않는 것까지도 배불리 먹고요. 

그런데, 현지에서 장기투숙하는 현지인들이 뭘 먹나 봤더니,

아무 맛도 없는 그냥 빵..

정말 소금살짝 간된 밍밍한 빵과 정말 심심해보이는 샐러드 같은 것들로 

아침을 먹고 있더라고요. 

아니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두고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었는데요. 

같이 갔던 독일 소속 한국업체 직원도 그러더라고요. 

'아마 어느 나라든 어떤 숙소를 가던 오래 투숙하시면 조식은 심플하고 심심하게 드실걸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덧붙여서 하는 얘기가..

'우리나라 처럼 달달한 빵은 디저트라 현지인들은 아침으로 잘 먹지 않고요.

얘네들이 먹는 빵은 심심하게 별 맛이 느껴지지 않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흰쌀밥 먹듯이 주식으로 먹는 것 처럼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맛을 기가막히게 구분하는 것처럼. 얘네들도 빵에는 진심이거든요. 

우리가 보기에 별 맛없는 빵 같지만, 정말 맛있는 빵을 나름대로 골라 먹고 있는 겁니다.'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순간, 이해가 한 번에 되어 버리더라고요. 

저는 이 때의 사소한 경험이 머리 속에 잔상처럼 계속 남았는데요. 

꼭 음식뿐만 아니라 어떤 걸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기본이 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세상이 모두 기본이라는 것부터 출발하잖아요. 

거기서부터 응용이 생기는 것이고요. 

학문이던, 물건이던, 음식이던, 인간관계던, 운동이던~

뭐든 말이죠. 

 

그러니까 기본을 알고 그 다음을 경험해야

제대로 된 경험을 맛볼 수 있고

기본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기본은 무시하고 바로 뛰어 넘는 선택을 할 경우가 종종 있죠. 

특히나, 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상당히 그러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저렴하면 싸고 나쁜 것이고, 

비싸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관념이 선택을 지배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세상의 것들이 꼭 금액에 비례하여

가치가 있고 없음을 논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싸면 나쁜게 아니라, 싸면 싼대로 그 값어치가 있는 것이고, 

비싸면 비싼대로 그 값어치가 있는 것이죠. 

 

다만, 비싼 걸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아주 기본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된 레퍼런스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 default, base, basic, standard, normal 등으로 불리우는 것들이

저에겐 훨씬 더 의미있는 단어로 일상에서 다가옵니다. 

 

물론, 현란한 포장과 높은 가격과 자극적인 모습과 맛과 형태에 

저또한 자극 받을 때도 많지만 바로 정신차리고,

어떤 재화가 되었든, 관념적인 가치가 되었든,

기본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살다보니, 최고가 주는 것에 대한 화려함 말고도

내 주변에 모든 것들이 다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어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기본이 주는 편안함에 대한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이란 동물 자체가 자극을 추구하는만큼

안정적인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두 가지는 공존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죠. 

 

아주 맵고 짜면서 속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식.

엄청 말이 거칠면서 웃긴데 과묵하고 조용한 친구.

이런건 없잖아요. 

 

자극적이면 사실 오래할 수 없습니다. 

편안해야하고 좀 싱거워야하고 심심해야 오래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본이 주는 편안함에 대한 가치가 또 한번 크게 다가옵니다. 

기본보다 더 기본이 없다는 가정하에

어떤 것이라도 기본을 경험하고 이해한다면

그 다음 응용이나 변칙이 가능하겠죠. 

 

마치, 제가 볶음밥을 아무리 좋아해도

삼시세끼 중식 볶음밥을 먹고 살지 못하고 쌀밥을 금새 찾게 되는 것처럼,

누구든 기본이 주는 영속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경향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계속되면 너무 삶은 지루해지겠죠. 

 

그래서 뭐 어쩌자는 말이냐고요?

 

그래서 제가 사는 방식은 

기본 90에 새로움 10정도로 채우고 살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본이 압도하는 삶 같지만, 

이건 사실 엄청난 도전적인 삶입니다. 

10번의 선택에서 1번은 무조건 새로움과 미지의 영역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잘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도전과 새로움을 일상에서 받아들이십니까?

음식도 먹던 종류만 바뀔뿐이지 새로운 음식을 얼마나 도전해보셨나요?

아마 100번에 1,2번도 크게 느끼실 것이고,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이 안정적인 것과 패턴화 된 일상의 편안함을 추구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일상의 기본적인 세팅이 기본값에 가 있지 않고, 

응용과 변칙적인 가치들로 뒤섞여 있다면 참 하루하루 피곤하겠죠?

 

그래서, 기본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개인별로 성향이 다르니까 특정해서 해답을 드리고 싶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기본에 좀 더 집중하면 생각보다 수월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양념은 조미료일뿐 영양소가 될 수 없잖아요. 

 

양념만을 먹기 위해 치킨을 먹기 위하는 것이 아니라, 

치킨을 먹기 위해 양념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죠. 

후라이드 치킨을 맛봐야 양념치킨이 더 맛있는 것 처럼, 

제대로 된 후라이드를 많이 즐기는 인생을 사는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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